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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1.

    by. happylab153

    목차

      선사 시대 음악의 고고학적 증거들

      1. 서론 

      음악은 인간의 본성과 밀접하게 연결된 가장 원초적인 예술 형식 중 하나이다. 인간은 기쁨이나 슬픔, 기대, 분노 같은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고, 반복되는 리듬과 음의 높낮이를 통해 공감과 정서적 유대를 형성해 왔다. 오늘날 음악은 오락, 예술, 의식, 교육, 치료 등 수많은 분야에서 활용되지만, 그 기원은 인류의 역사보다 더 오래된 시간 속에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언어보다 앞서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은 음악은 인류가 공동체를 이루고 의사소통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특히 선사 시대는 그 기원을 탐색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선사 시대는 문자 기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시대의 음악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거나 기록된 형태로 확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은 유물, 동굴벽화, 음향 구조, 유사 사회의 관찰 등을 바탕으로 선사 시대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인식하고 활용했는지를 추론해 왔다. 특히 실제 악기 유물의 발견은 단지 도구의 존재를 넘어, 당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소리를 만들고 조율하려 했던 정교한 인지 구조를 가졌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예컨대 유럽에서 출토된 뼈피리, 호루라기, 타악기의 흔적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의례적, 예술적, 또는 의사소통 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불어 동굴 벽화 속 인물의 자세, 공간의 음향 구조 분석, 반복적인 시각적 리듬 등은 음악이 시각 예술, 종교 의례, 집단 활동과 결합되어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현대의 원주민 부족 사회를 비교 자료로 활용한 문화 인류학적 접근도 선사 음악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고고학적 증거들을 중심으로 선사 시대 음악의 존재와 활용 방식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특히 악기 유물의 출토 사례, 동굴 벽화의 해석, 음향 고고학적 분석, 인류학적 비교 연구 등을 통해, 음악이라는 비언어적 예술이 어떻게 인류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려 왔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음악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인류의 정체성과 정신세계를 구성해 온 중요한 문화유산임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다.

      2. 본론 

      2-1. 악기의 출토: 피리, 타악기, 호루라기

      선사 시대 음악의 가장 직접적인 고고학적 증거는 악기의 실물 유물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악기 중 하나는 독일의 슈바벤 지방에 위치한 호헨피엘스(Hohle Fels) 동굴에서 출토된 백조 뼈 피리로, 약 4만 2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 피리는 조류의 뼈에 정교하게 구멍이 뚫려 있으며, 구멍의 간격과 개수로 보아 정확한 음정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 피리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정서적 목적 또는 의례적 기능을 가진 도구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슬로베니아의 디브예 바베(Divje Babe) 동굴에서는 약 5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리 유물이 발견되었는데, 이 피리는 네안데르탈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어 큰 학술적 논쟁을 일으켰다. 이 피리가 실제로 음악을 위해 제작된 것인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만약 음악을 위한 것이었다면 호모 사피엔스 이전 인류도 음악적 감각을 지녔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타악기의 경우는 명확한 형태보다는 흔적과 사용된 도구의 마모 상태를 통해 그 존재를 유추한다. 일부 원시적 북은 동물 가죽과 나무틀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두드린 흔적이 있는 나무 막대, 패인 바위면 등도 타악기 사용의 간접적 증거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원시 북의 재현 실험을 통해, 이러한 악기들이 제사, 춤, 집단 노동의 리듬 조절에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신호용 도구로 보이는 휘슬(호루라기) 유물도 발견되고 있으며, 이들은 음높이를 통해 특정한 ‘신호’를 주고받거나, 동물 유인, 집단 통제 등 실용적 목적에 사용되었을 수 있다. 이는 음악이 단지 감정 표현을 넘어, 의사소통 도구로서 기능했다는 점을 뒷받침해준다.

      2-2. 동굴 벽화와 음악적 상징

      선사 시대의 시각 예술, 특히 동굴 벽화는 당시 인간의 정신세계와 활동을 반영하는 중요한 자료이며, 음악과 관련된 간접적 증거로도 해석된다. 프랑스의 라스코(Lascaux)와 샤베(Chauvet) 동굴 벽화는 동물 형상, 인간의 움직임,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 등 다양한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일부 벽화에서는 춤을 추는 듯한 인물, 리듬감 있는 배열이 발견되어 음악 활동과의 연관성을 시사한다.

      고고음향학 연구자들은 이들 동굴에서 공명의 특성을 분석하고, 벽화가 집중된 구역이 소리가 잘 울리는 구조라는 점을 발견하였다. 실제로 샤베 동굴의 일부 구역에서는 손뼉을 치거나 소리를 낼 경우, 음향이 증폭되거나 반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구간이 있으며, 바로 이 지점에 벽화가 밀집되어 있다. 이는 단지 시각 예술이 아닌, 청각적 체험까지 고려한 성스러운 공간이었음을 암시하며, 벽화와 음악이 결합된 종합 예술 형태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벽화 속 동물 무리는 반복적인 패턴으로 배열되기도 하며, 이는 리듬감 있는 형식으로 음악적 사고방식을 반영할 수도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러한 시각적 리듬이 집단 춤, 제사, 성인식 등의 음악 의례와 결합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를 통해 벽화는 단지 그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감각을 자극하는 의례 환경의 일부였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조각상, 토템, 작은 점토 인형들 중 일부는 악기를 들고 있는 듯한 자세나,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는 형상으로 묘사되어 있어, 소리와 음악이 당대의 예술과 종교 활동의 일부로 통합되어 있었음을 시사한다.

      2-3. 인류학적 비교: 현대 부족 사회와의 연관

      고고학적 유물만으로는 선사 시대 음악의 의미, 용도, 활용 방식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자들은 오늘날에도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 부족 사회를 연구하여 비교문화적 통찰을 얻고 있다. 이들 사회의 음악은 대체로 문자 없이 구전되며, 악보 없이도 세대를 거쳐 전승되는 특징을 가진다. 이는 선사 시대와 유사한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해석 도구로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중앙부의 바카 피그미족은 다성부 합창을 통해 집단 감정을 표현하며, 사냥 전후의 의식, 출산, 장례 등에서 정교하게 조직된 음악과 춤을 활용한다. 이들은 악보 없이도 정확한 음높이와 리듬을 유지하며, 음악이 공동체 구성원의 정체성, 역사, 규범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인 아보리진(Aboriginal)은 디저리두(didgeridoo)라는 원통형 관악기를 사용하여 ‘꿈의 노래(Dreaming Song)’를 전승하며, 음악은 곧 신화, 조상 숭배, 자연 질서를 이어주는 수단이다. 이들의 음악은 자연과의 교감, 조상의 발자취를 재현하는 신성한 실천으로 여겨지며, 지리적 정보조차도 노래로 외운다.

      이러한 사례는 선사 시대 인간 역시 음악을 단순히 즐기기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해석과 기억을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활용했음을 유추할 수 있게 해 준다. 음악은 감정의 표현을 넘어, 시간과 공간, 존재의 의미를 담아내는 매개체였으며, 현대 부족 사회는 이 고대적 기능을 간직한 ‘살아있는 증거’라 할 수 있다.

      3. 결론 (확장 버전)

      선사 시대 음악은 인간이 소리로 감정을 표현하고, 공동체 안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며,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하던 인류 문화의 시원(始原)이었다. 오늘날처럼 악보나 음향 기술이 존재하지 않던 이 시기에도, 인간은 이미 뼈와 돌, 나무와 가죽 같은 자연 재료를 활용하여 소리를 조직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본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음악적 활동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고고학적 증거들을 중심으로 선사 시대 음악의 실체를 탐색해 보았다.

      우선, 독일, 슬로베니아, 프랑스 등지에서 발견된 뼈피리와 타악기 유물은 인류가 단순히 자연의 소리를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창조적으로 구조화하고 악기 화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물증이다. 이는 음악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의례, 신앙, 의사소통, 감정 공유 등의 복합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이러한 유물은 인간의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감정 표현 욕구가 선사 시대에도 이미 발현되어 있었음을 증명해 준다.

      동굴 벽화는 또 다른 중요한 단서이다. 단지 시각적 예술에 그치지 않고, 음향적 요소를 고려한 공간 구성, 의식적 반복성, 인물과 동물의 움직임 묘사 등을 통해, 벽화와 음악, 그리고 신화적 사고가 하나로 융합된 통합 예술 형태가 존재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분석은 선사 시대의 인간이 다감각적 경험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체험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는 예술이 단순히 '표현'을 넘어서 '의식'과 '세계관'을 담아내는 틀이었음을 드러낸다.

      또한, 현대 부족 사회의 사례를 통해 선사 시대 음악의 맥락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은 인류학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바카 피그미족, 아보리진 등의 문화는 여전히 음악을 신화, 지식, 감정, 공동체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선사 시대 음악이 단지 존재했을 뿐 아니라 인간 삶의 중심에 있었다는 강력한 간접 증거로 작용한다. 이들의 삶은 선사 시대 인류와의 공통점을 통해, 음악의 기능과 의미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지속되는 문화 유전자임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고고학적 증거들은 음악이 단순한 예술 장르를 넘어서 인간 사회를 구성하고 지속시키는 핵심적 요소였음을 보여준다. 음악은 인간의 감각과 정신, 신체와 세계를 잇는 다리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 기능은 유효하다. 선사 시대 음악을 고고학적, 인류학적으로 탐구하는 일은 곧 인류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획득했는지를 이해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향후 연구에서는 더욱 정밀한 음향 고고학적 조사, 3D 기술을 활용한 유물 복원, 다양한 문화권의 비교 연구를 통해 선사 시대 음악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음악이라는 예술 형태가 어떻게 인간의 진화, 사회 구조, 정신문화와 얽혀 왔는지를 밝히는 융합적 탐구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