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lab153

happylab153 님의 블로그 입니다. 음악의 역사를 통하여 음악의 다양한 가치와 영향을 살펴보는 공간입니다.

  • 2025. 5. 7.

    by. happylab153

    목차

      1. 기술이 음악의 언어를 바꾸다

      21세기 음악은 단순한 예술의 한 갈래가 아니라 데이터, 알고리즘, 플랫폼과 긴밀히 연결된 디지털 생태계의 일부로 진화하고 있다. 창작부터 소비, 유통, 마케팅까지 음악의 모든 단계에서 AI와 자동화 기술이 개입하기 시작했고, 그 영향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음악을 누가, 어떻게 만들고 연주할 것인가’가 주요한 질문이었다면, 지금은 ‘무엇이 음악이고, 누가 음악가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기존 음악 시스템의 전제를 해체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표현 방식과 경험 방식을 열어젖히고 있다.

      2. AI 작곡과 생성형 음악: 작곡가의 정의가 바뀌다

      AI가 음악을 작곡하는 것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AIVA, Amper, Jukebox(OpenAI), Google MusicLM 등 다양한 AI 작곡 시스템은 수십만 곡의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스타일로 새로운 음악을 생성할 수 있다. 이들은 단순히 음악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실제 광고음악, 배경음악, 게임음악 등에 상업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AIVA는 클래식 작곡가들의 스타일을 분석해 ‘바흐풍 교향곡’을 만들 수 있으며, Jukebox는 특정 가수의 목소리나 장르 스타일을 재현하는 능력을 갖춘 텍스트-투-뮤직 생성 AI로 발전 중이다. 또한 Boomy, Soundraw와 같은 서비스는 일반 사용자도 클릭 몇 번만으로 나만의 음악을 제작할 수 있게 해 주면서 음악 창작의 진입 장벽을 혁신적으로 낮췄다.

      이러한 AI 작곡은 기존의 작곡가라는 개념에 근본적인 도전을 가한다. 창의성과 기술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인간과 기계의 협업 속에서 ‘공동 창작’이라는 새로운 창작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기술이 감정을 이해하고 예술을 생산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청중이 그것을 ‘음악’으로 받아들이는가이다.

      3. 알고리즘 큐레이션: 듣는 방식의 진화 

      디지털 시대의 음악 감상은 이제 선택이 아닌 추천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Spotify, YouTube Music, Apple Music, Melon과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은 사용자의 청취 이력, 좋아요, 저장 행동, 검색 기록, 시간대와 기기 사용 패턴 등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음악을 실시간으로 큐레이션 해준다. 이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결합된 추천 알고리즘(Recommendation Engine)의 성과다.

      Spotify의 대표 기능인 Discover Weekly는 매주 사용자에게 맞춤형 재생목록을 제공하며, 이미 30억 곡 이상이 이 기능을 통해 청취된 것으로 알려졌다. YouTube의 자동 재생 기능은 ‘이 노래 다음엔 이 노래’라는 연결 흐름을 형성하여 사용자가 음악을 끊지 않고 감상하게 한다. 이처럼 플랫폼은 음악의 배달자일뿐만 아니라, 음악 감상 자체의 설계자가 된 셈이다.

      음악 큐레이션의 알고리즘은 Collaborative Filtering(협업 필터링)과 Content-Based Filtering(내용 기반 분석) 두 가지를 주로 혼합해 사용한다. 전자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해 추천하고, 후자는 음악 자체의 BPM, 키, 악기 구성, 가사 분위기 등을 기반으로 추천한다. 여기에 딥러닝 기반 자연어 처리(NLP)가 결합되며, 앨범 리뷰, 댓글, 소셜 반응까지 분석하는 정서 기반 큐레이션까지 등장했다.

      장점은 분명하다. 사용자는 더 이상 음악을 ‘찾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고, 개인화된 경험 속에서 효율적이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덕분에 틈새 장르, 신인 아티스트, 비주류 음악도 일정 수준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한, 플랫폼은 사용자별 감정과 활동에 맞춰 ‘집중할 때’, ‘운동할 때’, ‘잠들기 전’ 등 상황별 리스트를 제공하며 음악을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러나 비판도 존재한다. 바로 ‘알고리즘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이는 추천 시스템이 사용자의 선호에만 최적화되면서 새로운 음악적 다양성을 차단하고, 결과적으로 창작과 감상의 세계를 좁혀버릴 위험성을 뜻한다. 사용자는 점점 비슷한 음악만 소비하고, 플랫폼이 제시하는 흐름에 따라 무비판적으로 음악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알고리즘은 음악 자체보다 청취자의 ‘행동 데이터’에 집중하기 때문에, 인간적인 우연성, 감정적 몰입, 예기치 않은 발견의 순간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 큐레이션은 분명히 음악을 ‘개인의 정서 흐름’에 맞춰 제공하는 시대를 열었으며, 이는 AI와 인간 감각이 혼합된 새로운 청취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4. 가상 뮤지션과 디지털 아이돌: 아바타와 음성 합성이 만든 새로운 아티스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아예 ‘가수’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이제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존재가 반드시 실존 인물일 필요는 없다.
      가상 뮤지션(Virtual Artist)과 디지털 아이돌(Digital Idol)은 CG 기반의 외형, AI 기반의 음성, 메타버스 기반의 무대를 통해 활동하며,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까지 하는 완전한 음악 콘텐츠 생산자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하츠네 미쿠(Hatsune Miku)는 일본의 크립톤 퓨처 미디어사가 개발한 ‘보컬로이드(Vocaloid)’ 기술로 탄생했다. 사용자가 가사를 입력하면 하츠네 미쿠의 음성으로 노래가 생성되며, 팬들은 미쿠를 위한 곡을 만들고, 그녀는 콘서트장에서 3D 홀로그램으로 ‘공연’을 펼친다. 미쿠는 실제 인간이 아니지만, 전 세계 수백만의 팬을 보유한 스타이며, 이 과정에서 창작자와 소비자가 함께 아티스트를 만들어가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한국에서는 MAVE: (메이브), 이터니티, 아포지(Apoji) 등의 디지털 걸그룹이 등장했다. 이들은 인공지능 기술로 생성된 외모와 목소리를 바탕으로 활동하며, 실제 K-pop 콘텐츠처럼 뮤직비디오, 무대 퍼포먼스, 인터뷰, SNS까지 운영한다. 메이브의 경우 2023년 데뷔곡 Pandora가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가상 아티스트로서의 상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이러한 가상 뮤지션은 언어·인종·국적·나이·성별 등의 물리적 제한을 뛰어넘는다. AI는 필요한 외국어를 즉시 학습시키고, 성별이나 국적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아이콘’을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팬의 데이터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콘셉트, 성격, 의상, 목소리까지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아티스트도 실현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윤리적 쟁점도 따른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사랑하고 후원하는 팬덤은 정서적 몰입을 유도하면서도, 인간관계와 감정의 대체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실제 가수의 목소리나 외형을 무단으로 학습해 만든 경우에는 저작권과 초상권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 뮤지션은 인간의 예술성과 기계의 창의성, 상상력과 기술의 융합이 어떤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례 없는 시도이며, ‘음악은 누가 부르는가’라는 정의 자체를 재해석하게 만든다.

      5. 팬과 플랫폼의 상호작용: 음악을 소비하는 ‘나’의 재발견 

      디지털 시대에 음악은 단지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참여하고, 변형하고, 전파하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청중은 더 이상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플랫폼과 상호작용하며 음악 콘텐츠를 재창조하는 능동적 주체가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TikTok, YouTube Shorts, Instagram Reels숏폼 콘텐츠 플랫폼을 통한 음악 확산이다.

      • 예를 들어, Lil Nas X의 Old Town Road는 TikTok에서의 짧은 댄스 챌린지 영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이는 빌보드 1위를 19주 동안 유지하는 대기록으로 이어졌다.
      • 뉴진스(NewJeans)는 출시 전부터 TikTok 쇼츠 영상으로 ‘하입보이’ 안무를 퍼뜨렸고, 유저들이 만든 수천 개의 커버 영상이 음악 자체의 인지도와 소비를 폭발적으로 상승시켰다.

      이처럼 팬의 콘텐츠 재창조(2차 창작)는 이제 음악 유통과 홍보의 중심 전략이 되었다. 아티스트는 자신이 만든 음악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팬이 그것을 해석하고, 소유하고, 공유함으로써 완성된다. 이는 ‘노래’가 아니라 ‘경험’으로서 음악을 바라보게 만든다.

      또한, NFT 음원 소유권, 팬투표 기반의 콘텐츠 결정, 실시간 인터랙션 공연, AI 작사 협업 플랫폼 등이 등장하면서, 청중은 단지 듣는 것을 넘어 음악 제작과 산업 결정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팬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NFT를 구매함으로써 그의 작품에 대한 소유권과 후원자 지위를 동시에 얻을 수 있고, 특정 팬 커뮤니티는 아티스트의 앨범 커버나 뮤비 콘셉트에 대한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흐름은 ‘팬덤’이라는 개념을 넘어, 음악을 둘러싼 커뮤니티 자체가 창작의 주체로 떠오르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음악은 이제 '아티스트의 메시지'일뿐 아니라, 청중과 집단적 상상력이 함께 빚는 문화적 네트워크로 기능한다.

      결국 디지털 시대의 음악은 플랫폼이 설계하고, 팬이 확장하고, 기술이 연결하는 복합적 생태계로 진화했으며, 이 안에서 청중은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공동 창작자이자 문화적 기획자로 거듭나고 있다.

      6. 음악의 경계는 계속 확장된다

      AI가 음악을 만들고, 알고리즘이 음악을 들려주며, 가상이 음악을 노래하고, 팬이 음악을 퍼뜨리는 시대. 이는 전통적인 ‘예술’의 정의에 혼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술이 현실을 반영해 끊임없이 확장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음악은 창작과 소비, 주체와 객체,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감정과 기술의 접점에서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어떤 감동과 의미가 창출되는가이다.

      앞으로의 음악은 작곡가 한 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플랫폼·청중·팬덤·기술이 함께 창조하는 거대한 협업의 산물이 될 것이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당신에게 음악은 어떤 존재입니까?”